비즈니스 가족기업, 매출·고용·기업가치·R&D투자 등 우위
가족기업,
매출·고용·기업가치·R&D투자 등 우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지배구조 – 경영성과로 판단해야
세계 최대의 유통 기업 월마트와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유통 명가 세인스버리의 공통점은? 또 프랑스의 고급 화장품 기업 시슬리와 600년 전통의 이탈리아 포도주 명가 마르케지 안티노리의 공통점은? 그리고 이 4개 기업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모두 가족기업이라는 것이다.
가족기업이란 가족에 의해 소유·경영되는 기업으로 최근 서구에서는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되고 있다. 21세기 초,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가족기업에 대한 연구 붐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1000대 기업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가족 기업이며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가족기업이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랜디스 교수(David S. Landes)는 ‘기업왕조들–글로벌 가족기업들의 행운과 불행’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세계적인 기업의 상당수가 가족기업이며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은 가족이 지배하거나 창업자 가족이 경영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가족기업의 장점
그렇다면 가족기업은 어떤 장점이 있기에 비판적인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면면한 흐름을 가져가는 것일까? 지난 2012년 전국경제인연합회은 ‘가족기업의 장점 9선 및 경영성과’라는 보고서에서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사결정 ▲고용구조 안정화 ▲책임경영 도모 ▲주주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 상황에서의 구심점 기능 ▲이해관계자들과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거래관계 구축 ▲소유분산으로 인한 무임승차 문제 해결 ▲대리인 문제(오너-경영자 갈등) 해소 등 9가지를 가족기업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오너는 기업생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장기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며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해 빠른 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 을 할 수 있다. 또한 근로자의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으며 임기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개별주주 등으로부터 자유로워 소신 있는 책임경영이 가능하다. 오너의 후손들은 설립자 세대의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요 이해관계자들과 장기에 걸친 우호관계 조성함으로써 거래비용이나 금융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기업은 성과로 판단해야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가족기업은 매출, 고용, 기업가치, R&D투자 등에서도 비가족기업보다 우수한 성과 도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독일 가족기업 30개사와 MDAX(중형 주로 구성된 독일 종합주가지수)에 편입된 비가족기업 30개사를 비교한 결과 가족기업의 R&D 투자는 이익의 7.5%에 달했으나 비가족기업은 3.1%에 머물렀다. 또 같은 기간 서유럽 주요국의 가족기업은 비가족 기업보다 규모는 작지만 부가가치 성장률 및 매출액 성장률이 각각 6.6%, 3% 높으며 신규일자리 역시 가족기업이 일반기업보다 2배에서 2.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포춘 500대 기업에 들어가는 가족기업의 매출은 연간 7%씩 늘었지만 일반기업의 경우에는 매출이 6.2%씩 늘었다.
가족기업은 주요 선진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지배구조 유형이다. 사실 기업의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어떤 기업이든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돼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경영성과에 기초해야 한다. 기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이윤 창출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LOUIS VUITTON), 에르메스(Hermès), 구찌(GICCI), 까르띠에(Cartier), 샤넬(CHANEL) 등 은 오너 가족들이 100년 넘게 이어온 가업을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올린 기업들이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모종린 교수는 “가족기업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니다. 기업의 성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평가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