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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자

조회수 1,573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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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1992년 창간된 교수신문은 연말에 1년의 결과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를 특징짓는 ‘올해의 사자성어’와 그해의 희망을 담은 ‘희망의 사자성어’를 선정·발표하고 있다. 이것은 그 해의 우리사회를 진단하고 신년에 바라는 바를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2014년 갑오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년(靑馬年)이다. 청마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오르는 청마약천(靑馬躍天)의 기세로 대한민국과 모든 국민들이 전미개오해 약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행역시란 ‘순리에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으로, 사마천의 사기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자서는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伍奢)는 초나라 평왕(平王)의 태자인 건(太子建)의 스승이었다.
비무기(費無忌)란 자의 농간으로 평왕이 절세미인인 태자의 신부감을 자신의 후궁으로 삼으면서 파란만장한 일이 시작된다. 평왕은 태자가 혹시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경계하면서, 태자를 부추겼다는 죄를 태자의 사부인 오사에게 뒤집어씌워 오사는 물론 장남인 오상(伍尙)과 차남인 오자서까지 모두 죽여 버리려 했다. 결국 오사와 오상은 죽임을 당하자 오자서는 복수를 다짐하며 오나라로 도망가 병법가 손무(孫武=孫子)와 함께 오왕 합려(闔閭)를 섬겨 오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드디어 BC 506년 오나라는 군대를 일으켜 초나라 수도인 영(聆)을 점령했다. 이때 평왕은 이미 죽은 뒤였는데, 오자서는 평왕의 묘를 파헤치고 그 시체를 300번이나 채찍질해 원한을 풀었다. 이 사건으로 오자서의 옛 친구인 신포서(申包胥)는 너무 가혹하다고 비난했지만 오자서는 “나의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머니 도리를 역행할 수밖에 없다(吾日暮途遠, 吾故倒行而逆施之)”라고 말했다 한다. 여기에서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의 일모도원(日暮途遠)과 ‘순리에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의 도행역시라는 사자성어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강대해진 오나라는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월(越)나라를 쳤는데, 오히려 월왕 구천(句踐)에게 패하고 오왕 합려는 전상(戰傷)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합려의 뒤를 이은 아들 부차(夫差)는 와신 끝에 월나라를 쳐 대승을 거두게 된다. 부차는 월왕 구천과 그 부인을 합려의 묘지기로 삼고 온갖 수모를 주지만 죽이지는 않는다.
이때 오자서는 구천의 복수의지를 간파하고 그를 죽이라고 하지만 부차는 오히려 오자서를 죽이고 가죽 자루에 넣어 강물에 버렸다.
오자서가 죽은 후 월나라 구천을 경계하는 신하가 없어지고, 부차는 침어미인(沈魚美人) 서시(西施)에게 취해 방탕에 빠졌다가 상담(嘗膽)하면서 힘을 기른 월나라 구천의 공격으로 오나라는 망하게 되고 부차는 구천에게 잡혀 죽게 된다.
오자서의 일대기인 오자서열전에는 이처럼 현대인들에게도 훌륭한 교훈이 되는 복잡한 인간관계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도행역시라는 말은 오자서가 한 말이지만, 평왕이 며느리 감을 자기 부인으로 삼은 것, 오자서가 평왕의 시신을 300번이나 매질한 것, 부차가 오자서의 충간을 듣지 않고 오히려 오자서를 죽여 버린 것 등이 모두 도행역시에 해당하며, 그 결과는 모두 참담한 것이었다.

전미개오해 약진하자
도행역시에 이어 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다)이 2위, 이가난진(以假亂眞,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힌다)이 3위, 일의고행(一意孤行,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면서 완고하게 일을 추진한다)이 그 뒤를 이었다. 왜 이런 말들이 선정됐는지 알 만한 사람들은 익히 알 것이다.
이런 2013년을 뒤로 하고 2014년을 맞으면서 교수신문은 ‘희망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가 선정됐다.
전미개오란 ‘미혹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자’는 뜻의 불교용어이다. 이 말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한 교수는 “우리나라와 사회가 이처럼 어지러운 것은 거짓된 세력 때문만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의 헛된 욕망을 그들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망에서 깨어나 현재를 바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집권세력은 물론이거니와 국민 개개인이 미혹에 벗어나야 도행역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그 사회의 진행방향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의 5%라는 말이 있다. 대체로 95%의 국민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이나 정당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바꾸지 않는다. 단 5%만이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잘잘못을 따져 투표한다.
그런데 이 5%가 당락을 결정한다. 이 5%가 올바른 판단을 하면 그 사회는 도행역시에서 벗어나지만 잘못된 판단을 하면 사회는 뒷걸음질 치면서 퇴행한다.
도행역시 다음으로 지지를 얻는 사자성어는 격탁양청(激濁揚淸, 흐린 물을 씻어 내고 맑은 물을 흐르게 한다), 여민동락(與民同樂, 백성과 함께 즐긴다)이었다. 좀처럼 부패지수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2014년 갑오년은 60년 만에 돌아온 청마년(靑馬年)이다. 청마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뛰어오르는 청마약천(靑馬躍天)의 기세로 대한민국과 모든 국민들이 전미개오해 약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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