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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 vs ‘나와 그것’의 관계

조회수 5,510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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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이는 인간은 자연과 어떤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또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도 어떤 관계를 이루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도대체 인간은 어떤 관계를 이루면서 살아갈까? 악행은 어떤 관계일 때 나타나는 현상일까? 어떤 관계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울까? 
20세기 최고의 유대인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마르틴 부버(Martin Buber)는 상호관계를 ‘나와 너(Ich und Du)’의 관계와 ‘나와 그것(Ich und Es)’로 나눴다.

부버에 따르면 나와 너의 관계는 인간화(humanization)된 관계이고 대화(dialogue)가 가능한 관계이다. 그러나 나와 그것의 관계는 비인간화된 관계이고 대화가 단절된 관계 곧 독백(monologue)만이 가능한 관계이다. 

나와 너의 관계가 상대방을 나와 같은 감정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인간으로 인정하는 관계라면 나와 그것의 관계는 상대방을 감정과 목표가 없는 무생물로 취급하는 관계이다. 칸트의 개념을 빌리면 나와 너의 관계는 인간을 ‘목적’으로 생각하는 관계이고 나와 그것의 관계는 상대를 내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관계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를 유지하는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특히 사물을 그렇게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나와 그것의 관계로만 대하게 되면 원만한 인간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그런 관계는 반드시 깨진다.

독일어에는 ‘너’ 혹은 ‘당신’을 의미하는 2인칭 대명사로 ‘Du’와 ‘Sie’가 있는데 Du는 친밀한 사람들끼리 쓰는 말이고 Sie는 공식적·외교적 관계에서 쓰는 것이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Du는 ‘너’라는 말보다는 ‘그대’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한 번역일 것 같다. 우리말에서 ‘그대’라고 부를 수 있는 상대는 아주 친밀한 사이임을 말해준다. 연인이나 아주 가까운 친구, 부모와 자식, 진정한 스승과 제자 간의 관계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런 관계에서는 가식적인 언어나 제스처가 불필요하다. 심지어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표정만 보아도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나와 너의 관계는 ‘거래’의 관계가 아니라 ‘사랑’의 관계다. 나와 너의 관계에는 어떤 전제조건이나 이해관계가 개입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데는 아무런 전제조건도 없고 이해관계도 개입되지 않는다. 연인이 사랑으로 가까워졌다가 결혼을 생각한 다음 조건을 따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사랑’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상업적 ‘거래’ 관계가 성립한다. 다시 말하면 나와 너의 관계에서 출발했다가 나와 그것의 관계로 변전(變轉)되는 것이다. 

부버에 따르면 나와 너의 관계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언제든지 나와 그것으로 변전(變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바다. 나와 그것의 관계로 변전된 관계를 다시 나와 너의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을 열어놓고 진정한 만남과 대화가 이뤄지도록 기다리는 것 뿐이라고 부버는 말한다. 또한 부버는 나와 너의 인격적 관계는 이론이나 지식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부버는 ‘너’가 ‘영원한 그대’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스스로 마음을 열어놓고 기다려야 하며 그러면 나와 너의 관계가 복원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상대와의 관계를 나와 그것의 관계로 설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악(惡, evil)을 저지르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악은 ‘선과 악’이라는 종교적 이원론(二元論)에 근거한 악의 개념이 아니다.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필립 짐바르도(Phillip Zimbardo) 박사는 그의 저서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에서 심리학에 기초해 “악이란 의도적인 행동으로 선량한 사람들을 해치거나 학대하거나 모욕하거나 인간성을 말살하고 파괴하는 것 또는 자신의 권위와 조직적 힘을 이용해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그와 같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서 악이란 ‘알면서도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악이란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네트워크마케팅에서의 구체적인 예를 들면 다른 라인에 있는 사람들을 감언이설로 유인해서 자신의 라인에 갖다 붙이는 유인행위, 덤핑행위, 베팅행위, 돼지클럽, 스폰서나 파트너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는 행위, 허위·과장 광고행위, 평범한 제품을 지나치게 고가에 파는 행위, 근거 없이 남을 헐뜯는 행위, 이상의 행위들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생태계(natural ecosystem)를 나와 그것의 관계로 설정해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자연생태계는 반드시 망가지고 만다. 

기업이라는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만일 기업 활동과 관련된 사람들이 기업을 단순히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 곧 나와 그것의 관계로만 생각한다면 기업이라는 생태계는 곧 황폐화되고 말 것이다. 기업생태계가 황폐화되면 기업의 경영자와 사원은 물론 전 사회가 피해를 본다.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기업생태계도 일단 파괴되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으며 회복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엄청난 비용(cost)과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자연이든 기업이든 생태계가 건전할 때 관계설정을 잘해야 한다. 기업을 둘러싼 주체 모두가 공생하는 길은 ‘나와 그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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