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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먼저이고 합리성은 나중이다

조회수 7,911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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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 이야기


 
지미 듀란테(Jimmy Durante)는 미국의 가수, 피아니스트, 코미디언 그리고 배우로 활동한 인물이다. 지난 1920년대부터 1970년까지 무려 50여년 동안 인기절정을 누렸던 듀란테에게 잊지 못할 공연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공연은 화려한 무대에서 이뤄진 것도 아니고 많은 돈을 받은 공연도 아니었다. 듀란테가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쇼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는 꽉 짜인 스케줄 때문에 시간을 내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참전용사 위문공연이라는 말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어 단 몇 분밖에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쇼 기획자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미 듀란테를 무대에 세우는 것만으로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에게 간단한 원맨쇼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와도 좋다고 했다.

그의 순서가 돼 무대에 올라간 듀란테는 약속한 대로 원맨쇼를 시작했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간 지미 듀란테는 예정된 원맨쇼를 끝내고도 무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공연을 계속했다. 객석의 박수소리는 점점 커졌고 그에 화답해 그는 계속 쇼를 진행했다. 그렇게 30분이 흘렀다. 무대 뒤에 서 있던 쇼 기획자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짤막한 원맨쇼를 하고 내려오기로 돼 있었던 그가 왜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듀란테가 쇼를 끝내고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받으면서 내려오자 쇼 기획자가 물었다. “난 당신이 몇 분만 무대에 설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러자 듀란테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처음에는 그럴 생각이었죠,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쇼를 진행한 것은 이유가 있소 저기 무대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을 보시오” 지미 듀란테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쇼 기획자는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무대 맨 앞에는 두 명의 참전 용사가 앉아 있었는데 둘 다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오른팔 한 사람은 왼팔.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매우 즐거워하면서 각자 남은 한쪽 팔을 들어 둘이 옆 사람의 손바닥에 부딪쳐 손뼉을 치면서 두란테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듀란테가 말했다. “저들을 보면서 내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겠소?”

듀란테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른 공연시간을 펑크 내 가면서 돈도 몇 푼 못 받는 공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돈도 아니요 이성도 아니요 바로 감성이었다. 한쪽 팔이 없는 두 명의 용사가 남은 한쪽 팔을 서로 부딪치면서 즐겁게 쇼를 관람하는 모습에 그는 감동한 것이다. 듀란테는 두 명의 참전 용사가 보낸 환호에 화답한 것이었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인 경제인(economic man)으로 가정하고 이론을 전개했다. 그러나 최근 발전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감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다분히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이다. 감정이 먼저이고 합리성은 나중이다. 이런 현상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조너던 하이트(Jonathan Haidt)는 ‘감정이라는 꼬리가 합리적인 개의 몸통을 흔든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세일즈맨에게 상품을 구입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고객은 먼저 그 세일즈맨의 첫인상을 보고 그 세일즈맨과 대화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는 매우 순간적으로 결정된다. 어떤 이성적 판단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순간적으로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한다. 만일 이 세일즈맨이 좋지 않은 감정을 유발했다면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러나 만일 그 세일즈맨이 호감을 줬다면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그 다음 문제다. 이때부터는 이성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지미 듀란테의 예에서 듀란테가 화려한 무대도 아니고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것이 아닌 쇼에서 계약 이상으로 장시간 공연을 한 것은 냉철한 이성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간적인 감성적 판단의 결과이다.

리더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감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인간은 받는 돈의 절대액수가 아니라 공정성이나 형평성을 따져 적은 금액에도 만족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에도 불평을 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에는 아무리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돈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최후통첩 게임은 이를 확인시켜준 실험이다.

한편 박수는 꼭 두 손이 있어야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쪽 손 밖에 없는 두 사람이 협조하면 얼마든지 박수를 칠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우리가 제심합력(齊心合力)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우리는 모두 한쪽 팔만 가진 불완전한 인간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제아무리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뚜렷한 주관에 따라 행동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모두 한쪽 팔이 없는 불구자들에 불과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양보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서로 저주는 미덕이 필요한 것이다. 듀란테를 무대에 잡아둔 것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었다. 상대방의 감성을 이해해 주면서 각자 가진 한쪽 손으로 마주보며 손뼉을 친다면 아름다운 소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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