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올림픽 펜싱선수 박상영 스토리
올림픽 펜싱선수 박상영 스토리
2016년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하계 올림픽에서 가장 극적인 역전승은 세계 랭킹 21위인 한국의 박상영 선수가 세계 랭킹 3위인 헝가리 선수를 물리치고 펜싱 에페에서 일궈낸 금메달이다. 박상영 선수는 이제 21세의 루키로 이번이 올림픽 처음 출전이라고 한다. 8월 10일 결승에서 맞붙은 헝가리 선수 게자 임레는 42세의 백전노장으로 아무도 그가 박상영 선수에게 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3라운드까지 치러지는 경기에서 1라운드에서는 6:8, 2라운드에서는 9:13, 마지막 라운드인 3라운드 중간점수는 10:14. 15점이면 끝나는 경기에서 헝가리 선수가 1점만 추가하면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펜싱 총감독도 역전 가능성이 없다고 포기했다 한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15:14로 경기를 뒤집어버린 것이다. 펜싱 에페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펜싱은 겸과 경기방식에 따라 플뢰레, 사브르, 에페 등 3개 종목으로 나뉘는데 종목마다 사용하는 검이 다르고 공격할 수 있는 부위도 다르다. 플뢰레(Fleuret)는 찌르기 무기이기 때문에 칼끝으로만 공격이 가능하며 칼날을 이용한 공격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얼굴과 팔을 제외한 상체와 사타구니가 득점 유효 부위이다. ‘공격 우선권’이라는 규정이 있어 심판의 시작 선언 후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 우선권(Priorite)이 주어지고 공격 우선권을 가진 선수의 득점만 인정한다.사브르(Sabre)의 득점 유효면은 허리 이상의 몸통, 미리와 양손을 제외한 팔이다. 찌르기와 베기 공격 모두 허용되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비해 점수가 빨리 나는 편이다. 사브르는 플뢰레와 마찬가지로 공격 우선권을 적용한다.
박상영이 금메달을 딴 에페(Epee)는 펜싱에서 유일하게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는 종목으로 공격 우선권이 없이 두 선수가 1000분의 40초 이내에 찌르면 모두 점수가 올라간다. 즉 동시타가 허용되는 것이다. 에페 경기규칙을 이해하면 박상영이 금메달이 얼마나 기적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에페 개인전은 3분 3라운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승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총 9분 동안 15점을 먼저 얻었을 경우나 9분경과 후 상대보다 점수가 앞선 경우다. 이날 결승전에서 박상영은 10-14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무조건 막고 자신만 5점을 연속해서 따야 하는 확률적으로 매우 희박한 상황이었다. 더 악조건은 동시타를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먼저 공격에 성공한 쪽만 점수가 올라가는 플뢰레나 사브르와는 달리 에페는 동시에 공격했을 경우면 양쪽 모두 득점을 인정한다.
규정 시간 안에 경기를 뒤집으려면 공격에 집중해야 하는데 박상영 입장에서는 무조건 공격만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단 1점이라도 잃으면 그대로 경기가 종료되니 수비 역시 완벽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에페는 전신을 모두 공격할 수 있다 보니 막아야 하는 범위도 넓다. 그래서 이날 박상영이 10:14의 점수를 15:14로 뒤집은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박상영의 경기를 TV 드라마로 엮었다면 시청자들에게 말도 안 되는 구라라는 욕을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우리는 이를 우연이나 기적으로만 돌려야 하는가? 만일 우연이나 기적이라고만 치부해버린다면 우리는 그의 승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연이나 기적은 그렇게 흔하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럼 어떤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의 경기장면과 인터뷰에서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을 수가 있다.
첫째, 피나는 연습과 훈련이다. 중학교 은사에 따르면 박상영은 운동신경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악착같은 연습벌레였다 한다. 또 박상영 자신이 인터뷰에서 말하기를 연습시간보다 3시간 일찍 가서 혼자 새벽 연습을 했다고 한다. 둘째, 꿈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이다. 그의 인터뷰에 따르면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운동하며 좌절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대표가 되고 금메달을 따면 자기와 비슷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친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그것은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것이었다. 그는 말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이유로 꿈을 찾지 않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갖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온 세상이 나를 도와줄 것입니다” 셋째, 게임을 즐겼다는 것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후 ‘어떤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특별한 전략 없이 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을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대답했다.
경기를 할 때 이겨야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면 오히려 몸이 굳어지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게임을 즐기면 평소에 연습했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다. 박상영이 그랬던 것이다. 논어에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는 말이 있는데 박상영은 펜싱을 알고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즐겼던 것이다. 넷째, 긍정적 자기암시이다. 2라운드가 끝나고 9:13으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어떤 관객이 ‘할 수 있다!’라고 소리치자 박상영이 이를 받아 ‘그래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라며 정신을 가다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자기암시이다. 자기암시란 오감을 통해 자기 마음에 스스로 어떤 생각을 불어넣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을 말한다. 긍정적 자기암시는 잠재의식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도록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상영은 평소에 이런 마인드 컨트롤 훈련을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