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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으로 바위를 치면 주먹이 아프다

조회수 1,951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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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 열전편(列傳篇)에 순리열전(循吏列傳)이 있다. 순리란 규칙을 잘 지키며 열심히 근무하는 관리(faithful official), 또는 순리(順理)에 따라 직무를 처리하는 벼슬아치를 의미한다. 여기에 손숙오(孫淑敖)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손숙오는 초나라의 처사(處士: 학식이 있지만 벼슬을 구하지 않는 사람)였다. 

그런데 당시 재상이었던 우구(虞丘)라는 사람이 자기 부인으로부터 무능하다는 평가를 받자 즉시 사직하고 일개 처사인 손숙오를 초나라 장왕(莊王)에게 재상감으로 추천하였다. 손숙오는 석 달 뒤에 재상이 되었는데, 순리에 따라 백성들을 교화했기 때문에 상하가 화합하고 풍속 또한 극히 아름다워졌으며, 정치를 하는데 있어 금지사항을 완화해도 관리들은 간사한 짓을 하지 않고 도둑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손숙오는 초나라 장왕(재위: BC 614-591)을 보좌하여 초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었고, 그를 춘추오패(春秋五覇) 중 한 사람으로 올려놓았다.

손숙오가 어렸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밖에서 놀다가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보고 죽여서 땅에 묻어버렸다. 그런 후 집에 돌아와서는 밥도 먹지 못하고 근심에 싸여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 어머니가 그 까닭을 물으니 손숙오는, “머리가 둘 달린 뱀을 본 사람은 죽는다고 들었는데 아까 그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머지않아 죽을 것 같습니다.”라고 울면서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럼 그 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손숙오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도록 죽여서 땅에 묻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가 말했다. “남모르게 덕을 베푼 사람은 드러나게 그 보답을 받는다고 한다. 네가 뱀을 죽여서 묻어버린 것 또한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으므로 너는 죽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큰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손숙오는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여기에서 음덕양보(陰德陽報), 즉 ‘남모르게 덕을 베풀면 드러나게 보답을 받는다’는 고사성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뉴턴의 3개의 운동법칙 중 세 번째 법칙이 작용·반작용의 법칙(law of action and reaction)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란 물체 A, B가 상호작용을 하고 있을 때, 물체 A가 물체 B에 미치는 힘을 작용(action), 물체 B가 물체 A에 미치는 힘을 반작용(reaction)이라 하는데,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있고, 두 힘의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라는 법칙이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이 있다. 기분 나쁘다고 바위를 주먹으로 쳐보라. 아마 주먹이 아플 것이다. 그런데 세게 치면 칠수록 그에 비례해서 주먹은 더 아프다. 이것이 자연에서 나타나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똑같다. 상대방에게 모진 말이나 행동을 하면 할수록 상대방도 그에 못지않은 모진 말과 행동으로 응대한다. 

상대방이 현재 을(乙)의 위치에 있어 당장 반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 반응이 돌아온다. 그 반응은 내가 상대에게 가한 것보다 훨씬 큰 충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자연법칙으로서의 작용-반작용과 다른 점이다. 즉 자연법칙에서는 작용과 반작용의 힘이 같지만 인간사에서는 작용보다 반작용의 힘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우리 속담에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이런 현상을 가리킨다.



최근에 있었던 서울 교육감 선거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얼마나 준엄하게 인간사에 적용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고모(高某) 후보가 친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해 3위로 낙선한 것은 물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는 이중인격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법, 행정, 외무고시를 모두 합격하여 고시3관왕이라 불리던 그는 온화한 외모와 후덕(?)한 미소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샀고 화려한 양지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딸의 글로 인해 그가 친자녀도 외면하고 아무런 교육적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는 매몰찬 인간이라는 점이 드러나면서, 그리고 계속적으로 양지만을 쫓아 표리부동한 행동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승박덕(才勝薄德)의 극치를 보여준 파렴치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물무더기가 비단보로 덮여 있어 멀리서는 아름답게 보였는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 악취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음악양화(陰惡陽禍), 즉 ‘보이지 않게 악을 행하면 드러나게 재앙을 받는다’는 진리를 보여준 사례다.

이에 반하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3위를 면치 못하던 조모(趙某) 후보는 아들의 글 한편으로 지지도가 크게 상승하여 당선의 영광을 맛보았다. 그의 아들은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는 고통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를 어느 순간에도 생각하는 사람이고, 지나칠 정도로 검소하고 욕심 없이 살아왔다. 20년 넘게 아버지를 가까이에서 지켜온 바로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감이 돼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사로이 돈을 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어떤 인간의 진면목을 멀리 있는 사람들은 알기가 어렵다. 특히 겉과 속이 다른 인간일수록 그렇다. 화려한 가운(gown)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까이 있는 사람은 그 인간의 진면목을 안다. 가까이에 있으면 인격의 향기가 아니라 탐욕과 위선의 악취가 풍겨나기 때문이다. 멀리 있는 사람들을 화려한 제스처와 현란한 미사여구로 속이려 하지 말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사람 냄새와 인격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하면 가까이에서나 멀리서 존경받는 인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을 잠시 동안은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음덕양보와 음악양화는 인간사에 나타나는 작용-반작용의 법칙으로 크던 작던 조직의 리더로 있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고사성어이다. 주먹으로 바위를 치면 반드시 주먹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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