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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조회수 2,972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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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백곡 김득신(金得臣) 선생의 묘비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 어떤 명문(名文)보다도 함축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선생의 묘비명을 보자.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나보다 어리석고 둔한 사람도 없었지만, 결국에는 이룸이 있었다. 모든 것은 힘쓰는데 달려 있을 뿐이다(無以才不猶, 人自自也. 莫魯於我, 終亦有成. 在勉强而已).” 

김득신(1604-1684)의 본관은 안동, 호는 백곡(栢谷)이다. 아버지는 부제학 김치(金緻)이며 조부는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金時敏) 장군이다. 백곡 선생은 17세기 조선의 최고시인으로 평가받는 선비이다. 

그는 조선왕조 선조(宣祖)에서 숙종(肅宗)에 이르는 시대를 산 시인이자 비평가이다. 백곡 선생은 우리에게 1500여 수의 주옥같은 시를 남겨주었다는 점에서도 훌륭하지만 그보다도 더 값진 유산은 대기만성(大器晩成)의 전형(典型)이자 유지경성(有志竟成)의 표본이라는 점이다. 


끊임없이 자신과 싸운 

백곡 선생은 인내와 끈기, 포기하지 않는 정진이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음을 실증해준 스승이다. 백곡 선생이 할 수 있었다면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백곡 선생은 어릴 때 천연두를 앓은 탓인지 한마디로 둔재 중 둔재였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이 늦되었다. 10세에야 겨우 글자를 깨치고 20세에야 비로소 글 한 편을 지었다. 당시 3세에 천자문을 익히고, 10세도 못되어 사서삼경을 독파하고, 20대에 과거에 급제한 인재들이 수두룩한 시대에 늦어도 많이 늦는 선비였다. 

30대에 과거에 합격해도 매우 늦었다고 하는 시대에 백곡 김득신은 무려 59세에야 과거에 합격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오늘날 개념으로는 은퇴해야 할 나이인 59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이다. 
김득신이 10살 때 청당현(淸塘縣, 지금의 증평)에 살면서 아버지로부터 글을 배웠는데, 3일이 지나도 제대로 읽지도 못했고, 금방 읽은 내용도 곧바로 잊어버렸다고 한다. 오늘날 개념으로는 학습지진아에 속한 아이였다. 머리가 너무 나빠 아무리 글을 배워도 도무지 진척이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저런 둔재에게 글을 가르쳐서 뭘 하겠느냐고 수군거렸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래도 저 아이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니 오히려 대견스럽네. 대기만성이라 하지 않았는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 김치는 동래부사(東萊府使)와 경상도관찰사를 지낸 고위관리이자 고고한 선비였다. 이 아버지가 백곡의 멘토이자 스승이었다. 학식 높은 아버지의 노둔(魯鈍)한 아들에 대한 태도는 오늘날 자식을 키우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된다. 아들이 보통아이들 이하로 노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꾸짖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가 포기하지 않고 공부에 열중하니 대기만성 할 것이라고 믿어주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믿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더욱 분발하도록 독려해주었다. 

백곡 선생은 조선 최고의 다독가였다. 그는 자신이 우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읽고 또 읽었다. 그는 독수기(讀數記)라는 책에 자신이 읽은 책의 회수를 기록해두었는데, 노자(老子)는 2만 번, 목가산기(木假山記)는 1만 8,000번 등 1만 번 이상 읽은 책이 36권에 달했다. 특히 사기(史記)의 백이열전(伯夷列傳)을 좋아해 무려 11만 3,000번을 읽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독서기록이다. 

김득신은 이미 당대에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과거와는 인연이 멀었다. 당파싸움이 치열했던 시기에 무당파인 그가 과거에 합격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던 것이다. 보통 선비들이 30대까지만 과거시험에 도전했으나 김득신은 계속적으로 도전했다. 돌아가진 아버지가 “60세까지는 과거에 응시하라”고 유명(遺命)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버지는 김득신의 노둔함, 그리고 그의 포기하지 않는 성품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유명을 남긴 것 같다. 드디어 그는 60세를 문턱에 둔 59세에 과거에 급제했다. 이토록 끈질긴 도전, 값진 도전, 아름다운 도전이 또 어디 있을까? 


대기만성을 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 

그것은 아버지의 긍정적 암시(positive suggestion)이다. 아버지는 남달리 노둔한 아들을 꾸짖거나 포기하지 않고 격려하고 믿어주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태도는 김득신으로 하여금 긍정적 자기암시(autosuggestion)를 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자기암시란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을 통해 잠재의식 속에 스스로 어떤 생각을 불어넣거니 자극을 주는 행동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자들과 자기계발 이론가들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영역은 의식과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으로 구성되는데, 의식(conscious mind)은 10%에 불과하며 잠재의식(subconscious mind)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의식은 우리가 자각할 수 있는 정신영역, 잠재의식은 자각할 수 없는 정신영역을 말하는데, 의식에서 의지가 나온다면 잠재의식에서 잠재력이 나온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잠제의식을 갖느냐에 따라 잠재력을 극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 아니면 사장하느냐가 결정된다. 그런데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잠재의식의 힘은 엄청나서 입력된 정보대로 현실화하는데, 긍정적 정보가 입력되면 성공 메커니즘을, 반대로 부정적인 정보가 입력되면 실패 메커니즘을 작동시킨다고 한다. 

백곡 선생은 자신의 노둔함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힘써 노력하면 결국에는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잠재의식 속에 새겨 넣음으로써 마침내 이루어냈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짓지 않으면 현대를 사는 우리도 마침내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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