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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플레밍과 세렌디피티

조회수 2,085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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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영국의 소설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 1717-1797)이라는 사람으로, ‘우연한 발견이나 발명, 뜻밖의 횡재, 뜻하지 않은 행운’ 등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특히 과학연구를 하다가 실패해 얻은 결과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중대한 발견 또는 발명을 의미한다. 과학사를 보면 이러한 사례가 무수히 많다. 또 오늘날 기업의 역사를 봐도 세렌디피티가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경우가 허다하게 존재한다.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의 페니실린 발견도 세렌디피티의 전형적인 한 예이다.

영국의 의사이자 세균학자인 알렉산더 플레밍은 페트리접시(Petri dish)라는 특수한 배양접시에 미생물을 키우면서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플레밍이 일하던 실험실의 아래층에서는 라투슈라는 학자가 곰팡이 연구를 하고 있었다. 1928년 여름, 플레밍은 포도상구균을 기르던 접시를 배양기 밖에 둔 채로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페트리접시를 확인하던 중 푸른곰팡이가 페트리접시 위에 자라고 있고 곰팡이 주변의 포도상구균이 깨끗이 녹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배양접시를 제대로 두고 가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으므로 ‘그냥 재수 없는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곰팡이가 포도상구균의 성장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가 평소에 항균작용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해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푸른곰팡이의 대부분은 페니실린을 만들지 못하고 오직 페니실리움 노타툼(Penicillium notatum)이라는 푸른곰팡이만이 페니실린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니까 직경 10㎝밖에 안 되는 페트리접시 위에 그 많은 종류의 곰팡이 중 하필 페니실리움 노타툼 곰팡이가 떨어져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곰팡이는 아래층에서 곰팡이를 연구하고 있는 라투슈가 연구실에서 올라와 플레밍의 페트리접시에 떨어진 것이 틀림없었다.

플레밍은 그 푸른곰팡이를 배양해, 그것을 새로운 액체 배양지에 옮기고 다시 1주일이 지난 뒤 배양액을 800배까지 희석했는데도 포도상구균의 발육이 억제됐다. 이로써 푸른곰팡이가 생산해내는 어떤 물질이 강력한 항균작용을 한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 곰팡이가 페니실리움속(屬)에 속했으므로 그 이름을 따서 곰팡이가 만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고 불렀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3가지 우연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였다. 신경자극의 화학적 전달 발견으로 193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헨리 데일 경(Henry H. Dale)이 이를 분석했다. 데일 경은 페트리접시의 뚜껑을 열었을 때 새로운 세균 배양기에 곰팡이 포자가 떨어져 자라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플레밍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페트리접시 위에 떨어진 포자가 페니실리움 노타툼이었다는 점이다. 곰팡이에는 수천 종이 있는데,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것은 오직 한 종뿐이다. 그런데 그게 바로 플레밍이 사용하였던 배양기에 떨어진 것이다. 만일 다른 종이 떨어졌다면 플레밍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둘째, 페니실린이 모든 종류의 세균에 두루 작용하는 것이 아닌데, 요행이도 플레밍이 배양하고 있던 세균이 페니실린의 작용을 받는 세균이었다는 점이다. 푸른곰팡이가 페니실린을 생산했다 하더라도 만일 플레밍이 배양하고 있었던 세균이 페니실린에 반응하지 않는 세균이었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이 분야를 연구한 사람이 플레밍 교수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세균을 배양하는 배양기에 곰팡이가 피면 그 세균배양은 실패하고, 곰팡이가 핀 배양기는 예외 없이 버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플레밍은 그걸 버리지 않고 곰팡이가 핀 둘레에 마치 후광(後光)처럼 세균이 녹아 있음을 발견했다. 그가 이렇듯 100만분의 1에 해당하는 기회를 포착하여 연구한 덕분에 훗날 수백만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

과학사를 보면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은 언제나 합리적 절차나 논리적 추론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에서처럼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매우 희귀한 조건이 겹쳐서 일어났을 때 우연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완전한 우연에 의한 과학적 세렌디피티는 없다. 세렌디피티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준비되고 열린 마음’이 전제돼야 한다. 아무런 사전 지식과 관심이 없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세렌디피티는 실현될 수 없다. 기회는 우연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가 지적한 바와 같이 “우연은 준비된 자에게만 미소 짓는다.” 곰팡이가 만들어낸 우연은 준비된 플레밍에게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주연배우가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으로 나오지 않아, 또는 벤치만 지키고 있던 운동선수가 스타플레이어가 다치는 바람에 대타로 들어갔다가 일약 유명해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것도 역시 세렌디피티 현상이다. 

주연배우나 선수에게 그런 사고가 생긴다는 것은 합리적 절차나 논리적 추론을 통해 예측이 불가능하다.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 무대에 등장해보지도 못한 후보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대타로 뛴다고 하여 아무나 유명해지는 건 아니다. 평소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저 1회성 대역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세렌디피티가 행운이 되기 위해서는 평소에 완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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