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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갓끈을 끊어라!

조회수 1,445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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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중국 춘추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초나라 장왕(莊王, 재위: BC 613-591)이 여러 신하들과 술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잔치는 날이 저물어 술이 거나하게 취할 때까지 이어졌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 등불이 꺼지고 말았다. 이때 어떤 사람이 같이 잔치에 참석한 한 후궁의 옷을 끌어당기며 수작을 부리려 하였다. 그러자 이 후궁은 그의 갓끈을 잡아당겨 끊어버리고 나서는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불이 꺼진 틈에 어떤 자가 제 옷을 잡아당겼습니다. 제가 그의 갓끈을 끊어 가지고 있으니 불을 밝히시거든 그 갓끈 끊어진 자를 찾아내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왕은 신하들에게 이렇게 명했다. “오늘 나와 더불어 술을 마시면서 갓끈을 끊지 않은 자는 즐겁지 않다는 표시를 하는 자로다! 모두 갓끈을 끊어라!” 

그러자 100여 명이 넘는 신하들이 모두 자신의 갓끈을 끊고 나서야 불을 밝혔다. 이리하여 끝까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잔치를 마치게 되었다. 이런 고사에서 절영지회(絶纓之會) 또는 절영지연(絶纓之宴), 즉 ‘갓끈을 끊고 벌이는 잔치’라는 뜻의 사자성어가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진(晉)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그때 어떤 한 용사가 다섯 번 싸움에 매번 제일 선봉에 나서서 용전하여 적을 격퇴하였다. 이 용사의 분전으로 초나라는 이 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장왕이 이 용사를 이상하게 여겨 그에게 물었다. “과인은 덕이 박하여 일찍이 그대를 특이한 자라고 보지 않았는데 그대는 무슨 연고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토록 용감하게 나섰는가?”

그러자 이 용사가 대답했다. “저는 마땅히 오래 전에 죽을 몸이었습니다. 지난날 술에 취해 예를 잃었을 때 왕께서는 감추고 참아주시면서 저를 죽이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끝내 그 은덕을 숨긴 채로 왕께 감히 보답하지 않고 지낼 수가 없었습니다. 늘 나의 간과 뇌를 땅에 드러내어 죽는 것과 목의 피를 적군에게 뿌려 그 은혜 갚기를 오래 전부터 원해 왔습니다. 신이 바로 그 잔치에서 갓끈이 끊겨진 자이옵니다”

이 전쟁에서의 대승으로 초나라는 강국으로 부상하였고 장왕은 제나라의 환공(桓公), 진(晉)나라의 문공(文公)에 이어 세 번째로 제후국들을 통어하는 패자(覇者)가 되었다. 장왕이 베푼 작은 은덕이 엄청나게 큰 보답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전한(前漢)의 학자인 유향(劉向, BC 77-6)이라는 학자가 여러 문건들을 찾아 정리한 ‘설원(說苑)’이라는 책의 복은(復恩) 편에 실려 있다. 복은편에서는 장왕과 이 무명용사 사이에 일어난 일을 음덕양보(陰德陽報)라고 말하고 있다. 음덕양보란 ‘남모르게 덕을 베풀면 훗날 드러나게 보답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솝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산비탈에서 사자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들쥐들이 뛰어다니며 놀다가 그 중 한 마리가 잠자던 사자를 밟아 그만 붙잡히고 말았다. 들쥐는 사자에게 실수로 그리됐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사자는 그 들쥐를 상처하나 입히지 않고 놓아주었다. 들쥐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났다. 며칠 후 사자가 그만 올무에 걸리고 말았다. 몸부림을 치면서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는데 바로 그때 사자가 놓아주었던 들쥐가 사자소리를 듣고 쫓아와 올무를 이빨로 갉아 밧줄을 끊어버렸다. 사자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우리사회에 이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다. IMF 때 모 재벌그룹이 무너졌다. 결국 그 그룹의 회장과 예하 사장단이 모두 법정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재판과정에서 그 어느 누구도 회장을 두둔하기는커녕 모든 혐의를 그의 탓으로 돌렸다. 다시 말해 자기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모 재벌그룹의 회장은 근무 중에는 마치 장교가 졸병 다루듯 예하 임원들을 다루지만 일과 관련해서 그렇고 인격모독을 하지 않았다. 나아가서는 경제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었다. 물론 자신도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그 회사 임원들은 새해가 되면 세배를 가고 부득이 못 가게 되면 회장이 사는 곳을 향해 세배를 한다고 한다. 능력 있는 경영자는 머리에 남지만 덕을 베푸는 경영자는 가슴에 남는 법이다.

최근 모 항공사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태로 당사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고 국제적으로 온갖 패러디가 만들어지면서 나라망신까지 사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에서 오너 일가와 사원의 관계는 사자와 들쥐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너 일가가 사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으므로 사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오너 일가 앞에서는 은덕만을 바라는 들쥐신세에 불과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 항공사 오너의 젊은 딸은 이솝우화 속의 사자처럼 실수를 저지른 들쥐를 용서해주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승무원들에게 이른바 ‘슈퍼 갑질’로 도에 넘는 인격적 모독을 안겨주었다. 

이상의 이야기들은 모두 음덕양보와 음악양앙(陰惡陽殃)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현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모르게 은덕을 베풀면 드러나게 보답을 받지만 그 반대로 남모르게 패악(悖惡)을 행하면 드러나게 재앙을 당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은덕을 베풀어 받는 보답은 자신이 베푼 은덕보다 크고, 패악을 저질러 받는 재앙은 자신이 행한 패악보다 크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주역(周易)에서는 적선여경(積善餘慶), 적불선여앙(積不善餘殃)이라 풀고 있다. 최근의 땅콩회항 소동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자들이여 명심하라! 당신들이 올무에 걸렸을 때 들쥐가 살려줄 수도 있고 그냥 죽게 놔둘 수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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