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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베풀면 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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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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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主役)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해설서인 문언전(文言傳)에 ‘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넘치는 경사가 있고, 선하지 못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넘치는 재앙이 있다(積善之家必有餘慶, 積不善之家必有餘殃)’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여경(餘慶)이란 ‘남아 있는 경사’라는 뜻으로, 선을 쌓으면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손대까지 경사가 있고, 여앙(餘殃)이란 ‘남아 있는 재앙’이란 뜻으로, 선하지 못한 일을 쌓으면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자손대까지 재앙이 있다는 뜻이다. 선(善)을 덕(德)으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즉 적덕여경(積德餘慶)이라 하여 ‘덕을 쌓으면 넘치는 경사가 있다’는 뜻으로도 많이 쓴다.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하면 ‘덕을 베풀면 자신이 베푼 덕 이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고전(古典)에는 덕을 베풀면 복을 받고 부덕(不德)한 일을 행하면 화(禍)를 당한다는 경구(警句)가 무수히 나온다. 이런 말에 대해 우리는 으레 ‘착하게 살라는 말’이겠거니 하면서 그저 도덕적인 권면사항 정도로 치부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도덕적 경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1980년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행동주의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맥클랜드(David McClelland) 교수팀은 일련의 흥미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132명의 하버드대 학생들에게 테레사 수녀(Mother Teresa)가 인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 후 침 속의 면역항체(S-IgA: Salivary Immunoglobulin A)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그 영상을 보기 전보다 50%가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선행에 대한 영상을 직접 보는 것뿐만 아니라, 선행을 한 사람에 대한 책을 읽거나, 그런 행동을 보거나, 심지어는 듣는 것만으로도 항체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를 마더 테레사 효과(Mother Teresa Effect) 또는 슈바이처 효과(Schweitzer Effect)라 명명하였다. 맥클랜드 교수팀은 ‘사랑에 대해 생각하거나, 사랑을 베풀거나, 받는 것은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정성 있는 봉사활동, 수명연장 효과
한편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기부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항체의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건강이 증진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그런데 같은 봉사활동이라도 대가를 받는 경우보다는 무료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에 항체의 수가 더 많이 증가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러니까 무료 봉사활동의 대가는 돈이 아니라 건강이었던 것이다.

비영리단체의 지도자이자 전문가인 앨런 룩스(Allan Luks)는 ‘남을 도울 때 느끼게 되는 최고조의 기분’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 했는데, 그의 연구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건강할 확률이 10배나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헬퍼스 하이가 지속되는 동안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현저히 낮아지며 엔도르핀(endorphin)이 정상상태의 3배 이상 분비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이유로 봉사활동을 주기적으로 하는 사람은 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봉사라도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서 하는 봉사는 건강증진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교 사라 콘래스(Sara H. Konrath) 박사의 연구 결과이다. 콘래스 박사의 연구결과는 1957년부터 위스콘신 고등학교 졸업생 1만 3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위스콘신종단연구(Wisconsin Longitudinal Study) 데이터를 새롭게 분석하는 과정에서 도출되었다.

2004년에 연구팀은 연구대상자들에게 평소에 봉사를 하고 살았는지, 봉사를 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여기에 이 연구의 핵심이 있다. 단순히 봉사한 사실만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려 한 것이다. 

이런 질문을 한 다음 4년 뒤인 2008년에 이르기까지 이들 가운데 얼마가 사망했는지를 조사해봤다. 2008년까지 사망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2004년 ‘최근 10년 동안 남을 위해 정기적으로 봉사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1.6%였고, 봉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보다 3배가량 높은 4.3%에 이르렀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기적인 봉사활동인 경우에는 수명연장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응답자들 가운데 봉사활동을 했더라도 그 이유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들의 사망률은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과 차이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랑을 담은 봉사만이 마더 테레사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사진 찍어서 알림으로써 명성을 얻거나 인도주의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상부의 지시에 의해 마지못해 하는 봉사나 기부활동은 인체 면역력을 증가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상의 연구결과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남을 돕는 것은 곧 자신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금전으로 돕건, 노동으로 돕건, 재능으로 돕건, 어떤 형태의 도움이라도 남에게 제공하는 것은 곧 자신에게 혜택이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득이나 명성을 위해 돕는 것은 돕는 것이 아니라 돕는 척하는 것이다. 그런 도움은 도움을 받는 사람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마음도 즐겁지 않아 헬퍼스 하이를 느끼지 못한다. 갑오년(甲午年) 새해에는 온 국민들의 헬퍼스 하이가 지속되어 따뜻한 사회,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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