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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국가와 건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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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금년 1월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가 ‘아덴만의 여명’ 작전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을 전원 구출하고 해적을 소탕(8명 사살, 5명 생포)함으로써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현재 소말리아에는 무려 16만 명이‘해적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중앙정부는 아무런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지난 1월 부하지지라는 한 노점상 청년의 분신으로 촉발된 시민혁명으로 인해 23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은 1.5톤의 금괴를 싣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황급히 도망치고 말았다. 그동안 벤 알리 대통령 일가와친인척들이 저지른 부정축재와 권력층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했다고 한다.
튀니지 시민혁명의 불똥이 이집트로 튀어, 무려 30년간 철권통치를 해오던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완강하게 버티던 무바라크도 결국 피플 파워에 굴복하여 2월 11일 사임하고 말았다. 무바라크 치하에서 언론은 철저하게 통제되었고, 권력층의 부정부패와 사회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특히 무바라크 자신은 무려 700억 달러(약78조원)의 재산을 긁어모아 세계 최고의 부자로 여겨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500억 달러)보다 부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엔 대통령이 2명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인 로랑 그바그보가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자인 알라산 와타라에게 권력이양을 거부하고 눌러앉아 있어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두 명이 존재하면서 양측의 충돌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얀마(1989년 이전엔 버마)는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하여 1962년까지 민주공화국으로 존재하였다. 그러나 1962년 네윈장군의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무려 50여 년 동안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고 철저하게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가장 부유했던 국가, 그리고 세계 최대의 쌀 수출국이었던 미얀마는 현재 먹을 쌀도 부족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얀마의 부패는 소말리아와 함께 세계 최고수준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울콕(Michael Woolcock)은 무정부상태가 지배하며 국가 및 기본적인 법률과 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국가를‘붕괴된 국가’(collapsed state)라 칭하였다.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이 이런 유형에 속하는 나라이다.
합법적 폭력을 독점하고 있으면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허용하지 않고 사적인 조직만 활성화되어 있어 국민적 통합력이 낮은 국가를 울콕은‘건달국가’또는‘약탈국가’(rogue orpredatory state)라 칭하였다. 앞에서 예로 든 튀니지, 이집트, 미얀마, 코트디부아르 등의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 남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중 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건달국가는 한마디로 정부자체가 도둑인 국가이다. 다시 말하면 권력층이 공권력을 사유화하여 일반국민을 뜯어먹는 국가이다. 건달국가에서는 관료 및 권력층의 부패와 부정축재, 공공재산의 편취 및 횡령, 기본적인 인권침해가 빈발한다. 건달국가의 집권자들은 언론을 통제하거나 어용언론을 동원하여 국민들이 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하도록 한다. 또 정실관계로 연결된 패거리들이 사회 각 분야의 권력을 장악하고 예산 등 국가의 제반가치를 사익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배분한다. 건달국가는 적어도 그들의 협소한 주장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효과적이지만, 그것은 그들의 우수성에서 기인한다기보다는 폭력의 독점, 여론조작, 이견에 대한 관용의 부족, 그리고 건달기업들과의 정경유착에 의해 가능해질 뿐이다.

마이클 울콕은 일본, 싱가포르, 한국을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로 분류하고 오직 이런 유형의 국가만이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 한국은 분명 앞에서 열거한 건달국가보다는 훨씬 앞선 국가이다. 그러나 일본 및 싱가포르와 비교해보면 어떤가? 1인당 GDP가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에 이르는데 양국은 불과 4-5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무려 15년이 걸렸다.
국제적인 부패감시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1995년부터 매년 각국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CPI는 1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깨끗한 국가이고 낮을수록 부패한 국가라는 것을 나타낸다. 2010년 TI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9.3점으로 세계 1위, 일본은 7.8점으로 17위이다. 그런데 한국은 겨우 5.4점으로 39위이다. 100점 만점에 겨우 54점으로 낙제점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08년부터 부패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한편 국제투명성기구는 1999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주요국의 뇌물공여지수(BPI: Bribe Payer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BPI는 주요국의 기업활동에 있어서의 부패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BPI는 기업들이 각종 해외공사나 계약을 따기 위해 현지 공무원과 기업인들에게 얼마나 자주 뇌물을 주는지를 측정하는 지수이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는 2008년 기준으로, 세계 수출을 주도하는 22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BPI도 10점 만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국가청렴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내며, 낮을수록 부패한 국가라는 것을 나타낸다. TI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벨기에와 캐나다가 8.8점으로 1위이다. 일본은 8.6점으로 5위, 싱가포르는 8.1점으로 9위에 랭크되었다. 한국은 7.5점으로 22개국 중 14위에 랭크되었다. 대한민국보다 점수가 낮은 나라들은 브라질(7.4), 이탈리아(7.4), 인도(6.8), 멕시코(6.6), 중국(6.5), 러시아(5.9) 등이다.

지하경제는 어떤가? 지하경제(underground economy)란 ‘정부의 통계당국이나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아 공식적 통계에 반영되지 않고 세금의 징수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득’을 말한다. 뇌물, 횡령, 탈세, 마약거래, 매춘, 도박, 밀수, 음성적인 팁 등이 지하경제에 속하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일반적으로 후진사회일수록 지하경제 규모가 크다. 그러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지하경제는 문자 그대로 은밀하게 움직이는 경제이므로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지 연구자마다 일정기준에 따라 추정할 뿐이다.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0-30%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이 10% 이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선진국이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2007년부터 지하경제 규모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패와 지하경제는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지만 그 근원지는 정치부문과 관료사회이다. 즉 권력을 가진 집단이 공권력을 이용해 사익추구에 몰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탈현상이다. 건달기질이 높은 공공부문과 렌트를 추구하는 건달기업이 어우러져 부패지수를 높이고 지하경제를 확대시킨다. 싱가포르의 리콴유(굃光耀) 수상이 세계 최빈국이었던 싱가포르를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육박하는 선진국으로 만든 원동력은 공공부문의 부패를 철저하게 뿌리 뽑은 것이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부문의 부패를 척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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