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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어떤 교훈 남겼나?

조회수 2,964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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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지 뜻하지 않은 불운을 만날 수 있다. 불운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불운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교훈을 얻는다면 그 불운은 불운으로 끝나지 않고 값진 자산이 될 수도 있다. 선진사회와 후진사회의 차이는 그런 불운으로부터 교훈을 얻느냐 얻지 못하느냐이다. 그럼 우리는 어느 쪽일까?
지난 5월 말경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 이른바 메르스(MERS)라는 생소한 이름의 감염병이 우리사회를 엄습하면서 국민들을 공포분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는데 그 후유증이 만만치가 않다. 관광업계를 비롯한 서비스업들이 큰 타격을 받아 그 피해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 한다. 국격의 추락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피해액은 20조원을 훨씬 상회할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작금의 메르스 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첫째, 타이밍(timing)의 중요성이다. 전문가들은 의사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타이밍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쳐버린 의사결정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는 보건당국이 액션을 취해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에 따라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한다는 대한민국의 체면이 우습게 되어버렸다.

둘째, 제궤의혈(堤潰蟻穴)이다. 이는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는 말로 사소한 결함이라도 곧 손쓰지 않으면 큰 재난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동양고전 중의 하나인 한비자(韓非子)에 있는 말이다. 평택성모병원에 1번 환자가 입원했을 때 차단했더라면 아마 메르스라는 말 자체를 국민들은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이 꾸물대고 있는 사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갔고 두 병원에서만 감염자가 120명이 발생하여 총 감염자(7월 16일 현재 186명)의 65%를 차지했다. 한비자의 경고가 적중한 것이다.

셋째, 경적필패(輕敵必敗)이다. 이는 ‘적을 가볍게 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최고의 팀이 최하위 팀에게 패하는 걸 본다. 상대팀을 얕보고 선수들이 경기에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보건당국의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언론이 메르스 확산을 우려하자 보건당국은 우리나라는 중동보다 의료수준이 높고 메르스가 공기전염이 되지 않으므로 유려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등의 안이한 태도를 취하였다. 메르스를 우습게보다가 보건당국과 대한민국은 카운터펀치를 맞고 말았다.

넷째, 교병필패(驕兵必敗)이다. ‘교만한 군대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으로 전한(前漢) 시대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삼성서울병원이 보여준 태도가 교병필패의 전형이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교만에 젖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보건당국의 조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회에서 메르스 청문회를 할 때 그 병원의 감염병 책임자가 참석하여 답변하는 태도와 내용은 교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한 의원이 메르스에 삼성병원이 뚫렸다고 말하자 그는 ‘삼성병원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는 등의 말을 거만한 태도로 늘어놓고 있었다. 메르스 때문에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고 생계에 위협을 받는 서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 책임자라는 사람이 사과는커녕 거들먹거리면서 궤변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은 가지고 있을지 모르나 인문적 소양은 빵점인 무뢰한이었다. 삼성서울병원이 왜 매르스의 원산지가 되었는지 알만하지 않은가? 삼성그룹은 몇 년 전에 경영화두로 교병필패를 선정하여 사내 인터넷망을 통해 전체 임직원들에게 전파했다 하는데, 말만 그렇게 했을 뿐 스스로 그런 과오를 저지른 것이다.

다섯째,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이는 논어에 있는 말로 ‘백성이 위정자를 믿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뜻이다. 메르스가 이토록 확산된 것은 보건당국의 정보차단에 큰 원인이 있다. 초기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했더라면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이나 문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보건당국은 철저히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는 엄벌하겠다는 협박만 계속했다. SNS 시대에 이런 발상을 하다니 참으로 경이롭다. 이러한 이해할 수 없는 행태가 국민들의 불신을 낳고 공포감을 부채질하였다.

여섯째, 유비무환(有備無患)이다. ‘미리 준비해 두면 근심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서경(書經)과 춘추좌전(春秋左傳)에 있는 말이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발생한 것은 3년 전의 일이고 2014년 5월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메르스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해서 먹고사는 개방경제다. 따라서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과 왕래 및 교역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므로 전염병도 개방되어 있는 셈이다. 올해에도 5월까지 중동을 오간 사람이 9천 명이 넘는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를 받은 사람은 단 1명이라 한다. 강원대학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 직원 297명 가운데 39%인 115명이 신종감염병 발생 시 무얼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으며 14%인 43명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다.

메르스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값진 교훈을 남겨주었다. 의사결정과 행동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 극히 조그만 허점이라도 방치하다가는 큰 문제가 된다는 것, 적을 얕보거나 교만하면 반드시 패한다는 것, 구성원의 신뢰를 잃으면 조직의 크기에 관계없이 망한다는 것, 그리고 미리 준비해두면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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