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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이 생명이다

조회수 4,334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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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1982년 독일 훔볼트대학교의 경제학자인 베르너 귀트(Werner Gutt), 슈미트버거(Schmittberger) 등이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했는데, 최후통첩게임이라고 알려진 것이다. 이 게임에서는 제안자와 반응자라는 두 사람이 있다. 게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실험에 참가한 두 사람은 전혀 낯선 사람이다. 연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 앞으로 만날 가능성도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은 체면이나 우정 같은 것은 생각할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얼마든지 이기적 행동을 해도 문제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은 과연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철저하게 이기적인 행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을 할 것인가? 우선 먼저 제비뽑기를 해 두 사람 중 한 사람에게 10만원을 준다. 10만원을 받은 사람이 제안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반응자가 된다.

제안자는 공짜로 받은 10만원을 어떻게 나눠 가질 것인지를 반응자에게 제안한다. 예를 들면 5:5로 갈라 가질 것인지 아니면 6:4, 7:3, 8:2, 9:1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제안하는 것이다. 제안을 받은 반응자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할 수 있다.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만일 반응자가 제안자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면 두 사람은 제안된 비율대로 나눠가진다. 그러나 반응자가 제안된 비율을 거부하면 두 사람은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그러니까 반응자가 거부하는 경우에는 실험을 주관하는 사람에게 1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이 게임은 단 한 번에 끝나도록 돼 있다. 그러니까 제안자가 다시 수정제안을 한다든지, 반응자가 자신의 반응을 바꾼다든지 등은 못하게 돼 있다. 이와 같이 이 게임은 두 사람이 제안과 반응의 반복을 통해 또는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없도록 설계돼 있는 것이다. 단 1회의 제안과, 그 제안에 대한 반응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게임에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럼 실험결과는 어떻게 나타났을까? 이 게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제안자들은 반응자에게 최소한 40% 이상을 제안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5:5를 제안한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전반적으로 30% 이상을 제안한 사람들이 80%를 상회했다. 왜 사람들은 9:1, 9.9:1을 제안해도 되는 상황에서 이런 관대한 제안을 했을까? 이것은 인간을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고 가정한 이론으로는 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아닌 것이다. 이 실험에서 반응자들이 보인 태도는 인간은 결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만일 반응자가 합리적 존재라면 아무리 적은 금액을 제안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평균적으로 20% 이하의 제안을 받은 경우에는 제안을 거부해버렸다. 그들은 왜 공짜로 생기는 돈을 거부해버리는 것일까? 인간을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로 파악한다면 이 문제는 풀 수가 없다.

반응자가 자신이 받을 금액이 너무 적다고 생각했을 때 거부한다는 것은 인간은 단순히 돈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돈보다 더 귀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공정성(fairness)이라는 덕목이다. 인간은 비록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몫의 배분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제안자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돈의 배분비율을 결정해서 반응자에게 제안하는 ‘최후통첩자’이다.

반응자는 제안자의 최후통첩에 대해 그저 ‘Yes’ 와 ‘No’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게임은 ‘엿장수 맘대로’ 게임이다. 제안자 맘대로 배분비율을 결정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후통첩자가 횡포를 부리는 경우, 즉 자신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 상대방은 이것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제안자도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안자의 불공정한 행동에 보복하는 것이다. 이 게임은 인간의 행동에 대해 매우 중요한 사실을 알게 해줬다.

전통적 경제학이 가정하고 있는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한다면 제안자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금액을 상대에게 제안할 것이고 제안을 받은 상대는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 철저하게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제안자는 상대방을 배려해야 할 이유가 없고 또 반응자는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효용이 크기 때문에 거부할 이유가 없다. 예를 들어 제안자가 자신이 9만9천원을 갖고 반응자에게 1000원을 주겠다고 제안한 경우에도 반응자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는 전통적인 경제이론과 게임이론이 예측하는 바와는 전혀 달랐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감성적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인간은 받는 돈의 절대액수가 아니라 공정성이나 형평성을 따져 적은 금액에도 만족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많은 금액에도 불평을 하거나 분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공정성이나 형평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에는 아무리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돈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기적으로 행동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최후통첩 게임은 이를 확인시켜준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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