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위해 써주세요" 中企 대표의 100억 기부

조회수 5,937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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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9. 조선일보

'애터미' 박한길 대표·아내 도경희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금 쾌척
 

1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에 1 뒤에 '0'이 10개 찍힌 액수가 입금됐다. 한 중견기업이 "미혼모를 위해 써달라"며 현금 100억원을 일시불로 기부한 것이다.
모금회 관계자는 "중견기업 중 역대 최고액 기부 기록"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홍삼 음료부터 BB크림까지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애터미'다. 이 회사 박한길(63) 대표는 18일 오전 아내 도경희(62)씨와 함께 서울 중구 모금회 사무실에 나와 "편견 속에 어렵게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들을 위해 이 돈이 쓰이면 좋겠다"고 했다.

18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애터미' 박한길(왼쪽) 대표가 '몇 년 후에는 1000억원까지 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18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애터미' 박한길(왼쪽) 대표가 "몇 년 후에는 1000억원까지 기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아내 도경희(오른쪽)씨와 함께 100억원을 기부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로 선택한 사람들인데, 사회적 시선 때문에 고생하고 자신의 청년기를 희생하며 커다란 대가를 치르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분들이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박 대표는 2009년 애터미를 창업해 10년 만에 연 매출 1조1000억원 규모로 키웠다. 미국·일본·대만 등 13국에 해외법인도 차렸다.
8000원짜리 칫솔 세트부터 68만원짜리 공기청정기까지 450가지 제품을 회원제 네트워크 마케팅 방식으로 판매한다. 100억원은 주력 제품인 1포에 1400원짜리 허브 추출물을 714만 포 넘게 팔아야 모이는 액수다.

아내 도씨는 "저희 회사 회원 중에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이 마지막 직업으로 택한 경우가 많다"면서 "회원 모두가 노력해서 모은 돈을 기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회사가 지금처럼 커지기 전에도 조금씩 기부해왔다. 창업 직후 급식비를 못 내는 학생에게 사비 20만원을 쥐여준 것을 시작으로 100만원, 1000만원씩 기부금을 늘렸다. 그는 "부자가 된 뒤 기부할 게 아니라, 내가 어려울 때부터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부는 2014~15년 개인 돈을 1억원 이상 기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가입했다.

3년 전 아내 도씨가 미혼모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 부부가 나란히 미혼모를 집중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미혼모 생활 지원과 직업교육을 위해 2017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개인 돈 1억6750만원을 모금회와 미혼모 지원 단체에 건넸다. 박 대표는 "이번 기부도 아내가 강력하게 권해서 결심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했는데, 이런 기금이 있다는 것을 미혼모들이 알아야 연락이 올 것 같아 언론에 밝혔다"고 했다.
"이 업종이 욕을 많이 먹는데, 여기라고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이번 기부금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맘(MOM)'이라는 이름으로 미혼모 통합 지원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소속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방향을 지속적으로 조언해주기로 했다. 부부는 "이제 100억 단위까지 왔으니 몇 년 후에는 1000억원까지 기부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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