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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과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

조회수 12,296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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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의 경제이야기


거대한 호화 유람선이 잔잔한 바다를 순조롭게 항해하고 있다. 연회장 책임을 맡고 있는 세심한 여자 지배인은 손님을 맞기 위해 탁자와 의자를 정돈하고 우아하게 식사도구와 고급와인 등을 진열했다. 그런데 갑판에서 쌍안경으로 항로를 관찰하던 갑판장이 선장에게 급하게 알렸다. “4km 전방에 거대한 빙산이 있습니다. 빨리 배를 왼쪽으로 돌려야 합니다!” 갑판장의 보고를 받은 선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급히 선수를 왼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잘 정돈됐던 연회장의 탁자와 의자 그리고 식사도구와 와인들이 흐트러지고 떨어져 깨지고 난장팡이 됐다. 이에 화가 난 여자 지배인이 역정을 내면서 ‘이렇게 순조롭게 배가 가고 있는데 왜 갑자기 방향을 바꾸느냐, 이렇게 잔잔한 바다에 빙산 따위가 있을 리 없어, 빨리 원래 가던 대로 쭉 가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배를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경영(리더십)이고, 잘 가고 있는 배에서 탁자와 의자를 정돈하고 와인을 우아하게 진열하는 것은 관리이다. 관리를 잘못하면 품위가 떨어지고 불편하기는 해도 배가 침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영(리더십)을 잘못하면 배가 침몰한다.
스티븐 코비는 그의 저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은 효율적인 관리란 ‘침몰하는 배 위에서 의자를 정돈하고 있는 것과 같다’는 말을 인용하고 있다. 이것은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기업경영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 리더십의 아버지로 불리는 워렌 베니스(Warren G. Bennis)는 리더는 관리자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비전과 책임을 갖고 있으며 그것은 완전히 다른 재능과 기술을 요구한다고 보았다. ‘리더란 올바른 일을 하는 사람이고, 관리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이다(Leaders are people who do the right thing; managers are people who do things right)’라는 명제는 리더십의 본질을 한마디로 요약한 말로서 지금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리더십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수많은 컨설턴트와 학자들이 생겨나는데 크게 기여했다.
리더십과 관리의 차이를 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비행기가 정글에 불시착해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무리가 길을 찾아 나가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그들은 큰 칼이나 도끼를 가지고 무성한 나무와 풀을 자르면서 앞으로 나간다. 이때 나무와 풀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관리이다. 예를 들면 칼이나 도끼를 휘두르는 요령을 가르쳐준다든가 날을 날카롭게 갈아주는 것 등이다.
이때 리더는 나무 위나 높은 바위 같은 곳에 올라가거나, 나침반을 이용하거나, 태양의 위치를 본다거나 또는 직감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를 결정한다. 나무와 풀을 아무리 능률적으로 제거한다 해도 만일 진행방향이 올바르지 못하다면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효과성은 얼마나 열심히 그리고 능률적으로 장애물을 제거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길을 잡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육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특히 칠흑 같은 밤에 어떤 항구를 찾아가는 배를 생각해 보자. 이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배가 나아갈 방향을 올바로 잡는 것이다. 이것이 리더십이다. 배가 항해할 방향이 올바로 잡혔다면 다음의 문제는 효율적으로 배를 운항하는 것이다. 배의 엔진이 잘 작동되도록 하고 선원들이 각자의 임무를 열심히 그리고 능률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관리이다.
한마디로 ‘리더십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옳은가를 결정하는 것이고 관리는 결정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리더십이 효과성(effectiveness)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관리는 효율성(efficiency)을 추구하는 것이다. 효과성이 ‘의도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라면 효율성은 그런 결과를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흑백 TV를 계속 생산할 것이냐 아니면 흑백 TV 생산을 중단하고 컬러 TV를 생산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 효과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TV를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으로 생산하는 것이 효율성의 문제이다.
여기서 리더에게 핵심적으로 중요한 게 패러다임이다. 패러다임은 리더가 현상을 보는 눈 즉 리더가 가진 사고의 틀이다. 만일 리더가 현상을 잘못된 눈으로 보고 정글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한다거나 망망대해에서 배의 방향을 잘못 지시한다면 구성원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결과는 절망적인 것이 된다. 다시 말하면 구성원들이 아무리 효율적으로 일해도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의 기업환경은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 정글과 같고 언제 풍파가 일어날지 모르는 망망대해와 유사하다. 지식의 빅뱅과 글로벌화로 인해 범지구적으로 살벌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초일류기업으로 인식되던 기업이 갑자기 어려움에 처하거나 도산하기도 하고 그저 그런 보통기업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러나 GE, IBM처럼 보통기업으로 전락했거나 도산 직전에 있던 기업이 방향을 잘 잡아 다시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경영자 즉 리더의 패러다임과 관련이 있다. 리더가 경영환경을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떤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판가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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