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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청어는 왜 죽지 않았을까?

조회수 4,011 촬영일(노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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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연 박사의 경제이야기

 

청어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급어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청어는 북해나 베링해 등 먼 바다에서 잡히기 때문에 싣고 오는 도중 대부분이 죽어버려 싱싱한 청어를 먹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청어의 값이 냉동청어에 비해 2배 정도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어부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산 채로 운반하려 했으나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한 어부의 청어만은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 있었다. 

그 비밀을 알고 보니 청어를 넣은 수조에 청어를 잡아먹고 사는 물메기를 함께 넣은 것이었다. 그러면 물메기는 청어를 한두 마리 잡아먹지만 나머지 수백 마리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도망 다니느라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적당한 스트레스(도전)가 청어를 살아남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이 생명체는 한 없이 편안한 경우에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도전이 있을 때 살아남는다는 것을 ‘청어의 법칙’이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는 강연이나 저술에서 청어와 물메기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바로 이 사례가 그의 문명사관의 키워드인 도전과 응전의 논리를 잘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토인비는 그의 명저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에서 역사발전의 원동력은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이며 역사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일반대중이 아니라 창조적 소수(creative minority)라고 주장했다. 토인비의 이러한 견해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나 지금은 역사학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경영, 군사, 종교, 체육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토인비가 바라보는 역사의 기초는 문명이고 역사의 진행과정은 문명의 생멸과정이다. 그는 세계사의 흐름을 문명의 생멸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뭉뚱그려 보았다. 세계사를 민족이나 국가가 아닌 ‘문명’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포괄한 것이다. 토인비는 문명은 하나의 유기체로서 살아 움직이는데 마치 유기체의 생멸처럼 문명도 생멸의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를 비롯한 26개의 문명권을 분석해 모든 문명들이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치는데, 거기에는 일정한 규칙성이 있다고 보았다. 그 규칙성이 바로 발생-성장-쇠퇴-해체이다. 

 

그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나타난 26개의 문명을 병렬적·동시대적으로 나열하고 이들 모두가 발생-성장-쇠퇴-해체라는 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구명(究明)하였다. 그럼 문명의 추진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저차문명과 고차문명 사이에 벌어지는 도전과 응전이라는 상호작용에 있다고 보았다. 도전(挑戰)을 받는 공동체가 응전(應戰)해 그 도전을 이겨내면 그 공동체는 존속·발전하고 실패하면 망한다는 것이 토인비의 역사관이다. 토인비는 인류 4대문명의 발상을 이런 기준에 따라 설명했다. 곧 중국문명(황하강), 인더스문명(인더스강), 이집트문명(나일강), 메소포타미아문명(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은 강의 범람(도전)을 이겨낸(응전) 결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토인비에 의하면 어느 시대이건 역사에는 당면한 도전이 있다. 그런데 도전이 너무나 강하면 응전이 성공할 수 없으며 반면에 너무나 약하면 응전도 약해진다. 그러므로 도전이 적절한 강도일 때 문명이 탄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보았다. 그런데 토인비는 외부의 도전을 인식하고 그러한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할 수 있는 주체(subject)는 일반대중이 아니라 창조적 소수라고 보았다. 바로 한 문명의 미래 운명이 창조적 소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류문명을 한 단계 높이는 사람은 극소수의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이며, 각 문명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도 ‘그 사회에 창조적 소수가 존재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평범한 대중들은 기존 문명을 떠받치고 유지하는데 기여할 뿐이다. 창조적 소수가 창조적 역량을 발휘해 도전해 오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공할 때 대중이 따르는 것을 미메시스(mimesis)라 하였다. 미메시스가 이루어지면 그 문명은 존속·발전한다.

 

네트워크마케팅 사업은 외부적 도전의 연속이다. 시민들은 서민들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준다는 순기능보다는 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줬다는 역기능에 초점을 맞춰 매우 부정적인 눈초리로 보고 있고 관계당국은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산업이 아니라 규제하고 감시해야 할 산업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는 없어져도 좋을 산업으로까지 보고 있는 지경이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일부 사람들의 일탈된 행동으로 인해 매우 좋지 않은 사회적 평판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인비의 견해에 따르면 이러한 외부적 도전은 오히려 네트워크마케팅의 생명력을 견고하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비우호적인 시선과 당국의 압박이 업계의 자체정화 노력을 강화할 수 있는 추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마케팅 업계가 청어라면 시민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당국의 압박이 물메기이다.

 

문제는 업계 경영자들과 리더 사업자들이 미메시스를 창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들 창조적 소수들이 미메시스를 창출한다면 업계는 후진적 문화를 불식하고 선진적 문화를 정립·창달해 생존·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실패한다면 머지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잉카문명이 사라진 것처럼.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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